본문 바로가기

소아과 Q&A/발열, 감기

소아 해열제 사용 가이드 (Q&A 포함)






아이를 키우는 집에 있는 필수 상비약, 해열제.


진료를 보다 보면, '아이 상태가 이런데 해열제를 먹여야 할까요?' 혹은


'열이 오르는 것 같아서 해열제를 먹이고 왔어요' 하는 얘기를 자주 듣게 됩니다.





비교적 안전한 약으로, 일부는 편의점에서도 판매되고 있는 해열제.


아무래도 아이에게 먹이는 것이다 보니 조금 더 신경쓰이는 건 사실인데요.


언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해열제를 잘 사용하는 방법'과


진료실에서 자주 듣게 되는 '해열제 사용에 대한 질문'을 정리해보겠습니다.








1. 언제 사용해야 할까 ?



아마 가장 궁금한 부분이, 지금 아이의 상태가 해열제를 써야 하는 상태인지 아닌지, 써야 하는 상태라면 언제 먹여야 하는건지에 대한 기준일 것입니다.


의학 교과서에는 다음과 같이 안내되고 있습니다.


   

많은 소아과 의사들이 열이 38.5~39℃ 정도만 되어도 해열제를 쓰고 있다. 소아의 병을 치료하기보다는 체온계나 부모의 불안을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열이 있어도 어린이가 불편해 하지 않을 때는 해열제를 쓸 필요가 없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해열제를 쓰게 된다.


39℃ 이상의 열로서 환아가 괴로워할 때 (예 : 중이염, 두통, 근육통 등)

② 40.5℃ 이상의 열

③ 대사율의 증가가 환아에게 해로울 때 : 심질환, 화상, 영양부족, 수술 후

④ 열이 높으면 경련을 하는 소아 (그러나 해열제의 사용이 열성경련의 빈도를 줄인다는 증거는 없다)


- 홍창의, 소아과 진료 개정 제 9판



아이들에게 사용하는 해열제는 어른들이 먹는 진통제와 같은 성분으로, 의학용어로 NSAID(소염진통제)라고 합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아이가 아파보이거나 보채는 경우엔 해열제를 사용하도록 하여 아이의 통증을 덜어주라고 안내드립니다.


단순히 체온을 떨어뜨리기 위해 해열제 사용법을 물으신다면, 개인적으론 열이 몇도냐보다도 '아이가 열로 인해 힘들어하느냐' 를 물어봅니다. 열이 아이를 처지게 하고 힘들게 할 정도라면 해열제를 통해 아이의 불편을 덜어주라고 안내드립니다.


그렇지 않고 아이가 39℃가 넘는데도 잘먹고 잘노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으며, 이런 경우는 열을 억지로 없앨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온도는 직장온도로,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고막체온계는 직장온도에 비해 0.5~1℃ 낮게 측정됩니다.)


아이들이 열이 나는 대부분의 경우는 인체에서 만들어내는 정상적인 반응으로, 체온이 상승하면 체내 면역물질의 수와 활성도가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열로 인해 힘들어하지도 않는데 억지로 체온을 낮추는 것은 '병사와 싸우는 힘을 억지로 떨어뜨리는' 행동입니다.


또 한가지. 해열제는 비교적 안전한 약이지만, 드물게 심각한 부작용을 나타내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해열'이 꼭 필요한 경우로서 투여하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낮은 확률이지만 이러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약을 먹일 필요는 없습니다.








2.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해열제를 사용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용량을 지키는 것'입니다.


모든 해열제는 아이의 월연령과 몸무게에 따라 복용해야 할 용량과 시간간격이 정해져 있으며,


이것을 초과하여 먹이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행위입니다.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의 경우, 불과 두 배 정도의 용량을 초과해서 사용하더라도 간독성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정량이라도 5일 이상 사용하는 것 역시 간에 무리를 줄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 '교차투여' 방법이라고 하여, 해열제를 하나 이상 사용하는 방법이 안내되고 있는데요. 저로선 해열제의 교차투여를 집에서 시행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3. 무엇을 먹여야 할까?



적절한 해열제 종류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먼저, 6개월 미만의 아이라면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만 복용가능합니다.


6개월 이후라면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 부루펜(이부프로펜), 맥시부펜(덱시부프로펜) 셋 중 하나를 선택하여 먹이시면 됩니다.




소아용 타이레놀인 동아제약 챔프.


개별포장 되어 있어 좋습니다.


타이레놀은 국소소염효과가 없기 때문에


아이가 중이염이나 목감기(인두염,편도염) 와 같이 국소 부위에 염증이 있는 경우엔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4-6시간 간격으로 해당 용량을 먹입니다.






편의점에서도 구매가능한 삼일제약 부루펜.


아이가 중이염이나 목감기(인두염,편도염)로 인해 통증이 있을때는


국소 소염효과가 있는 부루펜이나 맥시부펜을 투여합니다.


6-8시간 간격으로 해당 용량을 먹입니다.





부루펜 성분을 개선하여 만든 한미제약 맥시부펜.


역시 국소 소염작용이 있기 때문에 아이가 열이 나면서 아파보이거나 보챌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4-6시간 간격으로 해당 용량을 먹입니다.






4. 엄마아빠들에게, 당부의 말씀



아이에게 해열제를 먹이는 것은 분명한 의학적 개입이며, 이것은 해로움의 가능성을 감수하면서 '해열'이라는 이득이 필요할 때만 적용되어야 함을 새기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는 아이들에게 약을 먹이는 것이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감기 걸리면 약을 먹어야지' 라는 분위기가 있고 이것이 엄마를 하여금 '약을 먹이지 않으면 큰일이 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조장하는 면이 있습니다.


의학 교과서에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신경학적으로 정상인 소아에서의 체온은 극심한 고온 환경, 악성 고열 또는 갑상샘 항진증과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치사 온도인 41.7℃를 넘을 수 없다.


41℃를 넘는 발열은 감염에 의한 경우는 드물다.


드물게 발생하는 열성 간질 지속증이나 열사병을 제외하고는 고열이 뇌손상 등을 초래한다는 걱정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없다.


건강하였던 소아에서 자율적으로 회복하는 질환이 발생한 경우 발열을 낮추려는 치료는 필요하지 않다. 인체에서 높은 체온은 미생물 증식 및 염증 반응을 감소시킨다.


건강한 소아에서 39℃(직장체온) 미만의 발열은 대개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해열제 투여는 감염 질환의 경과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 홍창의, 소아과학 제10판



아이들에게 열이 나는 원인은 굉장히 다양하고, 그 중엔 의사 한의사의 진찰, 검사로도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각보다 자주 있습니다. 


흔하고 잘 알려진 원인에 의해 일시적으로 열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으니 아이의 상태를 잘 관찰하시고 평소와 다르게 이상하다 싶으면 집에서 뭘 하려 하지 마시고 전문가의 진찰과 처치를 받으시길 권장드립니다.








Q. 해열제를 먹였는데도 열이 안떨어져요.


A. 해열제는 복용후 30분~수시간 이후부터 효과가 나타날 수 있고, 실제 열이 떨어지는 정도는 1~1.5℃정도입니다. 좀 지켜보는데 열이 떨어지지 않으면 조급한 마음에 해열제를 더 먹이거나 다른 해열제 종류를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입니다. 해열제를 주는데도 열이 안떨어지고, 아이가 계속 끙끙 앓으며 힘들어하거나 처진다면 빨리 병원이나 응급실로 데려가셔서 진찰과 처치를 받는 것이 권장됩니다. 혹은 해열이 되지 않더라도 아이 컨디션이 괜찮고 잘먹고 잘잔다면 굳이 서두를 것 없이 조금 더 아이 상태를 관찰해주셔도 괜찮습니다.




Q. 열이 나는게 반복되면 뇌가 상할 수 있다는데 정말 그런가요?


A. 뇌염이나 뇌수막염 등 뇌에 염증에 생겨 열이 나는 경우가 아니라 단순히 열로 인해 뇌가 손상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건강한 아이가 일반적인 감염에 걸려 발생되는 열이 뇌손상을 일으킬 정도로 올라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뇌손상을 걱정하여 컨디션 멀쩡한 아이에게 해열제를 자주 주는 것이 몸에 더 해로울 수 있습니다.




Q. 열이 나는데 손발이 찹니다. 손발을 따줘야 할까요?


A. 우리가 이제껏 말한 열은 체내 심부온도(core temperature)의 증가를 말한 것입니다. 심부온도 1℃를 올리면 면역력이 몇 배 증가된다 이런 말이 있지요. 반면 손발이 차가워지는 것은 말초온도가 상대적으로 저하되는 것으로, 심부온도가 상승되는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동반 가능한 증상입니다. 몇 일이 지나 정상체온을 회복하면, 체내 심부와 말초 순환 역시 정상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좋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픈 아이를 굳이 손발을 따준다던지 하여 더 고생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한의사의 진찰에 따라 필요하다면 자락요법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만, 열이 난다고 가정에서 일반적으로 시행할 방법으로 권장하진 않습니다.




Q. 아이가 뜨끈뜨끈한데 체온재면 정상이예요. 해열제를 먹여야 하나요?


A. 피부의 온도는 체표온도로 역시 체내 심부온도와는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인체는 여러 상황에서 체표순환양을 늘리는데, 이것은 체내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정상적인 신체 반응입니다. 아이가 뜨끈뜨끈한 것 같다면 체온계를 이용하여 심부온도를 측정하시고, 이것이 정상이라면 해열제를 적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Q. 몇 달 전 먹다 남은 부루펜이 있는데, 지금 사용해도 될까요?


A. 해열제의 유통기한은 '개봉 후 한 달'로 기억하시면 편합니다. 개봉 후 시간이 지날수록 해열제는 내용이 변질되기에 그렇습니다. 보통 아이들 열이 한 달에 여러번 나지 않기 때문에, 해열제를 구입하실 때는 큰 통 하나보다는 작은 통 여러개 형태로 구입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급한대로 큰 통을 구입하셨다면, 아이가 열이 떨어지고 나선 미련없이 버리시는 게 좋습니다. 




Q. 미온수 마사지(태피드 마사지)를 해주는 것이 좋은가요?


A. 급히 체온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권장하진 않습니다. 다만 해열제를 사용했는데도 열이 떨어지지 않는 경우엔 사용해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주의할 점은, 찬물이 아닌 미지근한 물을 사용해야 하고, 물을 꼭 짜지 않고 뚝뚝 떨어지게 해서 열이 떨어질 때까지 온몸을 쉬지 않고 계속 닦아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간에 멈추면 물이 기화하며 체표의 온도를 뺏어가서, 인체가 추운 환경에 노출됐다고 인식하여 체내 온도를 더 높일 수 있습니다. 미온수 마사지 중에 아이가 추워서 떤다던지 아이가 힘들어한다던지 하면 중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