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남용하면 바이러스 방어능력 저하 최초 규명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항생제를 남용하면 몸속에서 공생하는 미생물의 균형이 깨지면서 바이러스에 대한 생체의 방어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처음으로 밝혀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흥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연구팀이 항생제 남용에 의한 체내 공생미생물의 불균형이 헤르페스 바이러스 방어 면역에 영향을 끼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자연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판 1월 25일자에 실렸다.
공생미생물이란 인체내에서 공생하며 우리 몸의 건강 유지에 필수적인 다양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생물들을 가리킨다. 특히 공생미생물의 불균형은 염증성 장 질환을 비롯해 알레르기, 비만, 당뇨, 암 등 다양한 질환의 발병에 기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이 암컷 생쥐에게 항생제를 투여한 결과 질 안의 공생미생물이 불균형해졌다. 유익한 미생물이 감소하고 정상적으로는 존재할 수 없던 해로운 미생물은 증가한 것이다.
이 생쥐는 질 점막을 통해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되자 심한 병리학적 소견을 보이면서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은 다른 생쥐보다 훨씬 빠르게 죽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단순포진 바이러스라고도 불리며, 입 주변이나 입술, 입 안, 여성 생식기 등에 통증을 동반한 수포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다.
특히 항생제를 투여한 생쥐의 질에서 'IL-33'이란 사이토카인(신체의 방어체계를 제어·자극하는 신호물질)이 대량생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IL-33이 항바이러스 면역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인터페론 감마를 생산하는 T세포가 감염 부위로 이동하는 것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막연하게 해롭다고만 알려져 있던 항생제 남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것으로 기대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체내 공생미생물을 우리 몸에 유익하도록 조절해 방어능력을 향상시킨 바이러스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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