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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및 엄마건강

임산부 영양보충, 어떻게 해야할까? (1부 : 철분)






임신을 하면 일상보다 훨씬 증가된 대사들이 체내에서 일어나기에, 추가적으로 보충해야 할 것들이 많아집니다. 임신 소식을 전한 이후 좋다는 영양제 선물들이 들어오곤 하지요. 먹어야 한다는 것도 참 많습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흔히 상식으로 되어 있는 것이 철분과 엽산 보충입니다.

(엽산에 대해서는 '2부 : 엽산' 편에서 따로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임신시 꼭 보충하여 먹어야 한다는 철분. 하지만 이것이 꾸준히 먹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변비나 설사, 메스꺼움, 구토까지.. 내 몸을 이렇게 힘들게 하는데, 과연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 싶은 걱정도 되고 말입니다.


국가에서 무료지원사업을 할 정도로 중요해 보이는 임신기 철분제 복용. 

먹었을 때 어떤 이득이 있기에 그리 권장하는 것일까요?

또는 이렇게 고생하지 않고 그러한 이득을 가져갈 방법은 없을까요?


관련하여 최근에 발표된 코크란 리뷰 두 편을 함께 살펴보며 진실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임신기 철분 보충, 왜 필요할까?



철 하면 떠오르는 것이 '빈혈'이지요. 헤모글로빈을 구성하는 철은, 적혈구가 체내 조직 곳곳에 산소를 잘 전달해주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이 철이 부족하여 체내가 빈혈상태가 되면, 몸이 피로해지고 어지럽게 되고 감염의 위험이 증가하게 됩니다.


이러한 빈혈이 만약 임산부에게서 발생한다면? 

빈혈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은 역시 빈혈이 될 가능성이 높고, 철 결핍이 유아의 인지 발달과 신체 성장에 비가역적인 영향을 심지어 장기간동안 줄 수도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비가역적', 즉 출생 후에 잘 먹인다고 해서 좋아질 수 없다는 뜻이지요.


건강한 사람들은 평소 고기 등을 먹으면서 철분을 충분히 섭취하게 됩니다만, 임산부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임산부는 조직이 빠르게 성장하고, 적혈구의 크기가 증가하고, 태아도 철을 공급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철분 요구량이 증가하게 되어서, '빈혈 상태'가 되지 않기 위해서 추가적인 철분 보충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1959년 WHO에서는, 임산부에게 하루 60mg의 철분을 추가 보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정한 바 있습니다.


(임신기 빈혈은 헤모글로빈 농도가 해수면 기준 11g/dL 이하이면 진단합니다. 흔히 헤모글로빈 수치가 11이다 8이다 등으로 얘기하는 바로 그것입니다.)






* 철분제 하루 복용량은?



현재 WHO의 임산부 철분 복용 권장량은 하루 30~60mg입니다(2012).


미국의학원(IOM)은 2001년, 부작용 발생을 고려한 임신기 철 보충의 최고한계치를 하루 45mg로 설정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 산모건강증진센터에서 산모에게 무료로 지급하는 철분제도 이 범주 내의 용량입니다.


철분 요구량은 특히 임신 중기 이후부터 급격히 증가하기에, 임신 초기부터 열심히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임신 12주차 이후).






* 철분제 복용의 임상적 효과





44개의 연구, 총 약 4만 3천여명의 데이터를 종합한 코크란 리뷰의 결과, 임신기 여성이 철분제를 매일 복용했을 때,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확인되는 효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출산예정일 빈혈 가능성 66% 감소[각주:1]

2. 출산예정일과 산후 6주 시기의 헤모글로빈 농도 증가

3. 임신 중기와 후기, 과다 헤모글로빈 농도 가능성 증가

4. 저체중아 출산 위험률 미약하게 감소[각주:2]

5. 제태주수 37주 미만의 조산 확률 미약하게 감소[각주:3]

6. 제태주수 34주 미만의 조산 확률 감소


또한, 철분 보충을 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출산예정일 빈혈 가능성(13.06% vs 35.71%), 철 결핍 가능성(28.50% vs 35.71%), 철결핍성 빈혈 가능성(4.37% vs 13.18%)이 낮았습니다.



하지만, 임신기 철분 보충은 엄마의 혈액학적 상태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는 명확하지만 태아에 대한 효과는 불명확합니다. 저체중아 출산 확률이 확 주는 것도 아니고, 조산의 가능성이 확 주는 것도 아니지요.


또한 3번 결과에서 나타나듯이, 임신기 철분 보충은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와 연관이 있기도 합니다. 헤모글로빈 농도는 낮아도 그렇지만 높을 때도 태아의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임신 중기 이후 13d/dL 이상으로 과다히 높은 헤모글로빈 농도는 조산과 저체중아 출산, 임신중독증 발생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헤모글로빈 농도가 높을 때 안좋은 결과가 나타나는 이유에 관한 가설로, 높은 헤모글로빈 농도가 혈액 점도를 높여, 태반 혈액관류를 감소시켜 태반과 태아의 저산소증을 유발한다는 것이 있습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임산부에게 철분 보충을 제공하는 것은 임신과 출산 결과의 향상을 돕는다는 것은 일관된 근거가 있고, 이러한 이득들은 지금보다 더 낮은 철분 보충 용량에서도 관찰될 수 있다'






* 부작용은 왜 발생하는 걸까?



코크란 리뷰의 문구를 인용하자면, '부작용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철분제들의 명백한 결점'입니다. 


(현재 연구자들은 생체이용율이 높은 철 화합물(FeNaEDTA 등)을 연구중에 있다고 합니다. 더 적은 양을 먹어도 효과가 있고 부작용도 적은 철분제가 빠른 시일 내에 이용 가능해지면 좋겠습니다.)


철 보충은 흔히 변비와 더불어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의 위장관 증상을 나타냅니다.

먹는 형태의 철분제는 위장관에서 흡수되어야 할 필요가 있고, 여기에 부작용 발생의 이유가 있습니다.


인간의 점막은 5~6일 간격으로 재편성(turnover)이 일어나는데, 장관 내 철 수송체도 이 때 교체됩니다. 즉 철 수송체가 꽉 차 있어서 더 이상 체내로 철을 흡수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계속 철이 들어오니, 장관 내 철이 남아돌게 되고, 이것이 여러 부작용을 만들게 됩니다.


흡수되지 않은 철은 위장 점막을 직접적으로 손상하거나 자극할 수 있고 지질막, 단백질, DNA를 산화시켜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철은 염증반응을 일으키거나 필수영양소로 작용하여 병원체를 증식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영국에서는 일상적인 철분 보충을 모든 임산부에게 권장하지 않고, 필요한 경우만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 철분제 복용, 대안은 없을까



46개국의 설문조사를 보면, 약 52~75%의 여성들이 임신기 동안 철분제를 받지만, 복용하는 기간은 보통 짧았다고 합니다. 철분제 복용을 중단하는 이유로는 부작용으로 인한 괴로움때문일 수도 있고, 혹은 빈혈도 없는데 철분제를 매일 먹는 것이 과연 안전할까 하는 걱정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1990년대 말부터 나오기 시작한 개념이, '간헐적 철분제 복용'입니다.


간헐적, 즉 철분제를 매일 먹는 것이 아니라, 한 주에 1회~3회 복용하는 방법인데요. 


최근에 제정된 WHO의 권고에 따르면(2011), 빈혈 유병률이 20% 이상인 지역에서는 가임기 여성은 주 60mg의 철을 보충하게끔 하고 있고, 빈혈이 없는 임산부는 주 120mg의 철을 보충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 간헐적 철분 보충의 임상적 효과





간헐적 철분제 복용에 관한 21개의 연구, 총 약 5500여명의 데이터를 종합한 코크란 리뷰의 결과, 철분제를 간헐적으로 복용했을 때, 매일 복용한 여성과 비교해 본 효과의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출산예정일 빈혈 가능성 유사

2. 출산예정일 헤모글로빈 농도 유사

3. 조산 가능성 유사

4. 저체중아 출산 가능성 동일

5. 부작용 감소

6. 임신기 과다 헤모글로빈 농도 가능성 감소


'유아 출생체중, 조산, 주산기사망, 빈혈, 헤모글로빈 농도, 임신 말기 철 결핍을 포함한 대부분의 결과들에서, 철보충을 매일 하는 것과 간헐적으로 하는 것 간의 차이가 있다는 명백한 근거가 없었다. 하지만, 간헐적으로 보충받는 여성들에서 더 적은 부작용(변비, 메스꺼움)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주 1~2회 정도)'



즉, 간헐적 철분 보충은 매일 먹는 것과 효과는 비슷하지만 더 적은 부작용을 나타내고, 또한 과다 헤모글로빈 수치가 발생할 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결과입니다. (다만 매일 복용하는 것에 비해 출산예정일의 경도의 빈혈 발생 가능성은 증가합니다.)


이런 결과라면 임산부들 전부 주 1회 간헐적 철분 보충을 시행하고 싶지만, 이번 리뷰는 포함된 근거들이 전반적인 질이 상대적으로 낮고 많은 연구에서 높은 편향위험이 존재한다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근거가 더 공고히 세워지기 전에는, 간헐적 보충은 빈혈이 될 위험도가 낮은 여성에게 한정하여 적용하는 것이 현명해 보입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빈혈이 없고 출산 전에 적절한 돌봄을 받고 있는 임산부에 있어서, 


임신 중기 이후 주 1회 120mg의 철분제 복용은 효과는 충분하며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철분 보충 방법이 될 수 있다.



혹시 부작용 때문에 철분제 복용을 중단한 분께선, 이 '간헐적 복용' 방법을 시행해 보시기 바랍니다.





다음으로, '임산부 영양보충, 어떻게 해야할까? (2부 : 엽산)'편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1. RR 0.34(0.21 to 0.54). Quality of the evidence : moderate [본문으로]
  2. 평균 출생체중은 철분제를 복용한 군이 23.75g 높았다 (낮으면 3.02g 높으면 50.51g). Quality of the evidence : moderate [본문으로]
  3. RR 0.93 (0.84 to 1.03). Quality of the evidence : moderate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