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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및 엄마건강

임산부 스테로이드 연고, 태아에 안전할까요?









들어서며



스테로이드 연고는 서양의학의 피부과 치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치료방법입니다.


만성 피부질환이 있어 피부과를 다니시는 분들은, 흔히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받아 발라본 경험이 있으실 텐데요.


여성의 경우 임신이 된 이후에도 스테로이드 연고를 계속 발라도 괜찮을지, 태아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되실 수 있습니다.


스테로이드 복용이 체내 여러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스테로이드 연고 역시 일정부분 체내에 흡수되어 비슷한 작용을 할 수 있음을 알고 있다면 더욱 걱정이 되실텐데요.


일반적으로, 하이드로코티손 같은 낮은 강도의 스테로이드 연고는 임신기에 사용해도 안전하다고 가정하며 사용중에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근거가 빈약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임산부의 스테로이드연고 사용이 과연 안전한가에 대한 공신력 있는 연구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스테로이드, 태아에 유해할까?



스테로이드 연고가 태아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다음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1) 스테로이드 연고가 체내로 얼마나 흡수가 되는가


스테로이드 연고의 전신 효과는 연고의 피부 흡수율 정도에 달려있습니다.

다만 일반적인 피부에서와 다르게, 연고를 바르는 염증성 부위는 피부장벽이 무너져있기에 흡수율이 증가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증가된 체내 흡수가 태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것이지요.


가장 약한 스테로이드 연고인 하이드로코티손(락티케어, 복합마데카솔 등)도 , 1달동안 사용 시 부신기능억제가 나타났다는 보고를 보면, 임산부의 체내로 흡수된 스테로이드 성분이 태아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2) 흡수된 체내 스테로이드 성분이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될 수 있는가


스테로이드제제의 태아독성 여부는 태반 통과 능력에 달려있습니다. 코티솔을 불활성화해주는 효소(11βHSD2)는 해로움으로부터 태아를 보호해주는 장벽의 역할을 해 줍니다. 스테로이드 성분마다 이 효소에 영향을 받는 정도가 다양합니다.


강도가 약하고 효소의 영향을 많이 받는 하이드로코티손도 15%는 태반을 통과하고, 모성과 태아의 혈청 코티솔 수치가 함께 증가하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다른 스테로이드 성분의 태반통과율을 살펴보면, 프레드니솔론 10~13%, 베타메타손 30%, 메틸프레드니솔론 45%, 덱사메타손 67%로 알려져 있고, 플루티카손과 부데소나이드는 100%가 태반을 통과한다고 합니다.



스테로이드 연고가 기형을 유발한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있습니다.


특정 스테로이드[각주:1] 크림을 하루 0.001mg씩(인간 사용량의 30%) 엄마쥐의 흉부에 발랐을 때 태아쥐의 구개열이 유발되었고, 용량을 하루 0.5mg으로 늘리면 태아쥐 사망률이 증가하였습니다.


사람대상의 임상실험에서도, 스테로이드 연고와 얼굴갈림증(구개열, 구순열 등)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낮은 수준이지만 보고된 바 있습니다.






코크란리뷰 연구결과


이 주제에 대해 코크란측에선, 2009년 리뷰의 업데이트 버전을 최근(2015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관련하여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원문링크)




5개의 코호트연구와 9개의 환자대조군연구, 총 16만명 이상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 스테로이드연고는 출산방법, 선천태아기형, 저체중, 조산, 태아사망, 낮은 아프가점수 등과 인과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 결과는 연고의 강도에 상관없이 나타났다.


또한, 스테로이드 연고의 강도에 따라 세부분석한 결과,

    • 강한 강도(1등급~3등급)의 스테로이드연고는 저체중아 출산 위험이 소폭 증가되었다(특히 전체 임신기동안 연고사용 누적량이 300g 이상일 때). 이 결과를 확인할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 약한 혹은 중간 강도(4등급~7등급)의 스테로이드연고는 태아사망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확인되었다. 이 결과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 대부분의 실험은 임신초기(3개월)에 스테로이드연고 노출을 조사하였다.

- 애초에 계획한 피부의 상태에 따른 스테로이드연고 사용의 결과는 데이터의 부족으로 시행할 수 없었다.

- 리뷰에 포함된 연구들이 모두 관찰연구이기에, 전체적인 근거의 수준은 '낮음'이다. 높은 수준의 근거를 위해선 RCT(무작위대조연구)가 필요하지만, 윤리적인 문제로 시행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비록 무작위대조연구가 의학치료의 효과를 검증해보는 황금표준방법이지만, 드문 부작용을 발견하는 데에나 특정 집단의 사람들에서만 일어나는 경향 혹은 진행되는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엔 좋은 방법이 아니다.)






결론과 마치며


함께 살펴본 코크란 리뷰를 통해, '임산부 스테로이드 연고 사용은 태아기형이나 태아사망, 조산 등의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근거는 없다' 라는 점을 확인해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스테로이드 연고는 가장 약한 연고라도 체내로 흡수되고, 그 일부는 태아에게 전달되기에 불필요하게 바를 필요는 없겠습니다.


또한, 이번 연구결과는 스테로이드 연고가 인체에 주는 전반적 해로움에 대한 연구가 아니기에, 스테로이드의 여타 전신적 부작용이나 피부 국소 부작용은 여전히 인정되는 부분인 점을 꼭 염두에 두어야겠습니다.


피부 질환이 있어서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는 임산부들께선, 이번 포스팅을 통해 걱정불안이 조금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적정 수준의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해도 개선되지 않고 재발을 잘하는 만성 피부질환의 경우, 무작정 연고를 더 바르는 방법으로 대응하지 마시고, 한방치료도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






  1. diflorasone diacetate [본문으로]